이번 추석, 외할머니를 보러 강원도에 갔다.
날씨도 선선하니 좋은데다 오랜만에 멀리 다녀오는 거라 집순이인 나도 몸이 근질거렸다. 그
런데 부모님은 덥다고 하시고 할머니도 힘드신지 집에 있길 원하셨다.
나도 강원도 갈 때마다 어디 안 가고 누워있기만(...)하는 타입인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근처 어디라도 다녀오고 싶었다.
더럽게 덥다가 좀 시원해지니까 확실히 살 맛이 난 거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원도는 어릴 때부터 꾸준히 들러서 천곡동굴, 무릉계곡, 정동진, 촛대바위, 대관령 양떼목장 등 안 가본 곳이 없다.
심심하다고 박차고 나왔지만 갈 곳이 없었다. 이럴 땐 검색이지👍
내 근처에 볼 거리나 카페, 해변 등이 떴고 무릉계곡 근처에 '무릉별유천지'가 확 끌렸다.
경치 좋고 루지같은 액티비티도 할 수 있는 곳인 것 같았다.
오케이! 가자! 하고 교통편을 검색해보는데 아 맞네 추석 연휴였지.
문제는 이랬다.
1. 부곡동에서 무릉별유천지는 버스로 약 1시간, 차로는 약 30분정도 소요됨
2. 추석 연휴임
3. 뚜벅이는 버스를 타야하는데 버스 운행이...?
일단 직행으로 가는 111버스는 운행을 안 하는 건지 도착정보없음으로 떠 있다.
다른 버스를 찾아봤지만 다른 버스를 타도 결국 111번을 타야했다.
음...에라 모르겠다하고 일단 눈 앞에 막 도착한 버스에 탔다😀😀
타고 나니까 이 버스가 몇 번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버스 노선표를 봤더니 내가 알던 노선표랑 뭔가 다른데...?
당황x100
아무튼 일단 탔으니 가다보니까
내가 알고 있는 버스터미널이랑 스타벅스가 보여서 거기서 내렸다.
일단 스타벅스에 가서 음료나 한 잔 하면서 다시 재정비해야겠다- 하고
어플을 보는데 어라?
111번이 오고 있잖아...?
9분 뒤 도착?
😯 😯 😯 😯 😯
그래서 그걸 타고 무릉별유천지로 가기로 함!
스타벅스에 사람 많길래 음료는 포기하고
편의점에서 간단히 마실 걸 사서 가기로 하는데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 없다.
게다가 뽈뽈거리면서 찾다보니 무지 덥다...
아까 후기보니까
거기 더울 때는 가지 말라는 얘기가 좀 보이던데...
지금이 2시인데 3시30분에 액티비티 신청 끝낸다던데...
여기서 가는데 한 시간정도 걸리고...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너무 더워서 안 가기로 급 계획을 변경했다.
그럼 어딜가지?
하다가 눈에 띈게 바로
연필뮤지엄!
강원도 동해시 발안동에 있다.
묵호역 앞에 있다고 보면 편하다.
나는 버스를 타고 묵호역 앞에 내렸는데
표지판도 있고 건물이 바로 보인다.
난 걸어서 올라갔는데 찾기 좀 어려웠다.
어플이 알려준 길은 ‘강원비닐봉투’ 가게 옆에 아주 좁은 골목길이었다.
골목길이 또 두 갈래라 어리버리 떨다가 좀 고생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고 보니까 그 골목 말고
‘철학관’ 간판이 보이는 골목길로도 가는 길이 있다.
다 보고 밖으로 나올 때는 거기로 나왔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박물관.
사립 운영이고 엄청 크진 않다.
일반 입장료는 7000원.
동해 주민은 4000원이고
아이들은 그보다 더 저렴했던 걸로 기억난다.
사진촬영은 디즈니관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가능!
심심해서 어쩌다 갔는데
문구류나 연필, 공책 좋아하는 편이어서
재미있게 관람했다.
층을 오르며 관람하는 방식이었고
연필이 만들어지는 공정, 각 연필제조사에 대한 설명, 유명인이 언급했던 연필 등
설명이 잘 되어 있었다.
다만 일부 전시된 연필과 그 위의 설명이 일치하지 않았던 게 단점이었다.
그래서 왔다갔다하면서 봄ㅋㅋㅋㅋㅋㅋㅋ
(연필 제조사 + 해당 제조사 연필 전시 파트)
읽을 게 엄청 많고 작품도 많은 편이 아니어서
오히려 더 꼼꼼히 천천히 둘러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을 쓰신 '김훈' 작가님의 원고지!
굉장히 생생한 경험이었어서 인상 깊었다.
내 앎이 짧아서 김훈 작가님을 제외한 명사분들을 알아보지 못한 게 아쉽다.
많이 알고 공부할수록 경험에 대한 깊이가 다르다는 게 이럴 때 느껴진다.
(+호돌이 캐릭터 작가님의 그림도 있어서 두배로 신기)
그렇게 쭉 올라가면 맨 위층에는 카페가 있다.
구입해 갈 수 있는 몇 가지 기념품들도 있다.
연필, 노트, 엽서 등. 아주 다양한 편은 아니다.
나는 예전부터 사고 싶었던 연필이었던 블랙윙을 구입했다.
박물관에서 알게 된 '에덴의 동쪽' 작가 존 스타이백이
최고의 연필 중 하나로 꼽았다던 블랙윙 602가 있어서 냉큼 집었다.
가격은 한 자루에 5000원.
바로 써보고 싶은데...
응? 마침 카페에 연필깎이가 있었다.
심지어 한 개가 아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생경한 느낌이었다.
카페에서 연필을 깎는 경험.
깎으면서 이상하게 신났다.
연필깎이 쓴지가 오래돼서
어릴 때 생각도 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흠.
아, 카페에 외부 테라스가 있어서
탁 트인 동네 구경도 할 수 있다.
묵호항 쪽으로 몰려드는 차 구경,
멀리 보이는 바다 구경,
층층이 모여 있는 집 구경.
동해시에 갈 곳이 많지만
실내 볼거리가 엄청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있다면 바다가 보이는 카페정도?
한번쯤 휙 둘러보고 나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특히 가족단위로 놀러가는 경우
아이들 데리고 가기 좋아 보인다.
(실제로 가족단위 방문자들이 주였다.)
방문 및 관람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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