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양이 토리😻

[고양이토리] 허피스 바이러스(1)

by 노을sunset 2022. 11. 1.

동생과 나는 동물을 키우게 된 게 처음이었다.

아쉽게도 사람은 고양이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 칫. 

그래서 토리가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얼마나 마음을 졸이고 있는지 모른다. 

 

토리는 처음 왔을 때부터

눈 한쪽을 전부 다 뜨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놀 때는 똘마똘망 잘 뜨는 것 같기도 한데,

묘하게 한쪽 눈을 3분의 1정도 덜 뜬 느낌이었다.

양쪽 눈에 눈꼽도 많이 껴서

동생이랑 허둥지둥하면서 걱정을 꽤 했었다.

 

10월 1일에 토리가 중성화를 했다.

그리고 몇 일 뒤에 토리가 기침을 하는 것 같다고 해서

동생이 진료를 받고 먹는 약과 안약을 타왔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당시에는 환경이 갑자기 바뀌었고,

모래가 눈에 안 맞을 수도 있고,

또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도 있고 등등

여러 가지 이유를 원인으로 봤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문제여서 지켜보기로 했다.

중간에 동생이 허피스에 대한 얘기도 꺼냈었는데,

우선 토리가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10월 11일. 

그날 쓴 일기 내용을 아래 그대로 적었다. 


토리 한쪽 눈이 이상했다. 원래도 왼쪽 눈이 반쯤 감겨있어서 신경 쓰고 동생이 안약도 넣고, 기침도 좀 있어서 약을 먹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눈이 좀 이상하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있었다. 동생한테 곧바로 사진 및 영상을 찍어 보내고 병원까지 검색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동생이 병원을 가야겠다고 했다. 동생은 회식이 있어서 8시30분에나 집에 도착한다고 했다. 병원이야 24시간 하는 곳에 가면 되겠지만, 동생이 술을 마신 데다 토리가 그때까지 상태가 안 좋을 테니까. 

 

집에 막 갔을 때는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상태였다
눈물 주룩주룩
눈퉁퉁 이토리


나는 운전면허증이 있긴 했는데, 장롱면허였다.

고민할 것 없이 택시를 타고 토리가 다니는 병원을 곧장 가기로 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가봤자 진료를 받을 수가 없었다.

잠깐의 텀동안 집에 가서 지갑이랑 토리 병원 데려갈 준비한 다음에 다시 동생집으로 갔다.

힘든 진료가 기다리고 있을 수 있으니까 간식 꺼내서 반쯤 줬다.

잘 먹었다.

먹는 거랑 노는 거 보면 정말 어디 아픈 애로는 안 보였는데,

고양이는 아파도 티를 안 낸다고 어디서 봤다. 

 

동생 왈, 토리가 밖에 나가면 무서워서 난리라고 했다.

나는 잔뜩 쫄아서 동생 지시대로 고양이 이동가방과 커다란 수건을 준비했다.

이동가방은 토리가 전부 다 보이는 투명한 아크릴 가방이었는데,

거실에 가방을 열어두니 토리가 제 발로 들어가 주었다.

아이 기특해.

 

재빨리 수건도 넣어 밖이 안 보이게 하고 문을 닫았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난 이런 거 처음이란 말이야.

토리 아픈데 혹시나 불편할까봐 가방을 앞으로 메고 조심조심 밖으로 나갔다.

토리는 생각 이상으로 얌전했다.

나는 허리를 거의 뒤로 꺾다시피 해서 가방을 끌어안고 택시를 탔다.

여전히 심장이 두근두근. 

 

어떻게 어떻게 병원에 도착했다.

대기자가 없어 금방 수의사 선생님과 만나서 토리의 상태에 대해 긴 얘기를 나눴다. 

내 기억을 바탕으로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1. 약을 끝까지 다 먹여보고 지켜본다. 
  2. 아주 기본적인 검사, 엑스레이, 각막검사, 혈액검사를 한다.
  3. 바이러스 검사를 의뢰한다.

 

 

내 추측이지만 수의사 선생님은 비용에 대해서 우려가 크신 듯 했다.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함부로 말씀하시기 어려워하시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약을 3일밖에 먹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짚어주셨다.

나중에 동생과 비용문제로 병원에서 통화를 잠깐 했을 때,

토리가 약을 70%~80%만 먹은 것도 영향이 있냐고 여쭤봤었는데

그것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하셨다. 

 

나는 약을 먹이고 있는 와중에 더 심해졌고,

역대 최고로 눈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 것들을 말해주셨다. 

 

 

눈보다 오히려 기침 쪽이 더 신경 쓰인다.

토리의 경우는 중성화 수술하면서 혈액검사를 했기 때문에  혈액검사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폐와 심장 상태를 볼 수 있는 엑스레이와 눈 쪽이 안 좋으니 각막검사를 할 수 있다.

기침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천식이나 염증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혈액검사가 포함될 때보다 비용은 확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만약 엑스레이상에서 염증이나 이상 소견이 없을 시에는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바이러스인지 아닌지를 알려면 기관에 의뢰를 맡겨야 하는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사실상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놀아주는 등 케어를 통해 낫는 것이고 특정 약을 통해 확 낫는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선, 토리는 기본적인 검사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상태이니 엑스레이와 각막검사를 해보고

이상이 없으면 허피스 바이러스 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럼 항바이러스 약을 처방받아서 먹어보고 이후에도 증상에 차도가 없으면,

그때 기관에 의뢰를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바이러스도 허피스가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들도 있다.

허피스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적은 확률로 다른 바이러스 일 수도 있으니.

 

 

 

이렇게 수의사 선생님과 나눈 얘기를

동생과 통화로 간단히 전달하고 비용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동생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라 중요했다.

 

비싼 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쓸 생각 하니까 한 번에 쓰기에 정말 후덜덜한 비용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중성화니 기침, 눈이니 병원에 자주 들락거렸으니까 그것까지 합치면...

니 통장 R.I.P...

 

 

아무튼 위의 내용대로 한 번 해보기로 하고,

토리는 검사에 들어갔다. 

 

애오오오옹.

애오오오오오옹.

애오오오옹.

얼마나 구슬프게 울던지😨😭

 

 

몇 분 뒤에 결과가 나왔다.

엑스레이 상 폐, 호흡기, 심장 다 아주아주 건강했다.

수의사 선생님께서 배가 아주 통통하다고 두 번이나 말씀하셨다.

오기 전에 밥을 잔뜩 먹이고 왔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봐도 배가 많이 볼록하긴 했다.

 

눈은 각막에는 이상이 없었다.

다만 눈이 많이 부었다고 했다.

검사할 때 눈 다 뒤집어서 상처 난 곳이 있나 확인했는데,

안쪽도 다 부어있다고. 

눈을 더 전문적으로 하시는 다른 수의사 선생님께 자문을 구하시기도 하셨는데,

스테로이드제를 쓰는 게 어떻냐고 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추천하시지는 않았다.

스테로이드제가 허피스에 안 좋다고 하셨다.

나도 스테로이드제를 쓰는 건 너무 성급한 결정인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만큼 눈 상태가 나쁘다는 말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무튼 몸에 이상이 없는 건 아주 기쁜 일이었다.

 

 

 

음. 이제 허피스 바이러스일 확률이 확 올랐다. 

 

 

 

3주 정도 약을 먹여보자고 하셨다.

우선 일주일치 약을 먼저 처방해주셨다.

안약도 이전에 처방받아 간 게 있을 텐데 그걸 여러 번 넣어주라고 했다.

하루 3~4회라고 되어 있는데, 2시간에 한 번씩 넣어줘도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기회면역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다.

바이러스는 죽을 때까지 계속 고양이의 몸에 존재하는 상태이고,

몸상태가 안 좋아지거나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많거나 등

여러 이유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니 약을 먹고 잘 케어해서 좋아졌다가도

언제든 허피스 바이러스 증상을 보일 수도 있는 거다. 

그럴 경우 눈으로 증상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고 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스트레스 없는 것!

눈에 불을 켜고 그것들을 해줘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병원을 나섰다.

 

 

영수증을 보는데 한 번 더 기겁했다.

검사 하나 덜해서 10만원정도로 비용이 줄었는데, 약값이 그 정도였다.

역시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무섭다.

토리가 아픈 것만큼이나 무서운 비용이다.

동물을 키운다는 건 역시 쉽게 결정할 일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병원을 나설 때는 수건을 손에 들고 갔다.

아크릴 판이 미끄러워서 수건이 고정이 안됐다.

덕분에 토리는 바깥세상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는데,

걱정했던 바와 달리 얌전했다.

가방을 꼭 안고 택시를 타고 다시 돌아왔다.

 

택시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눈꼽이 많았다.

 

집에 도착하고 토리가 이동가방에서 나오니까

나도 긴장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토리는 씩씩하게 돌아다니고 씩씩하게 놀았다.

아까 줬던 간식 나머지도 줬다.

아주 잘 먹었다. 

 

아프지 마라, 토리야ㅠㅠ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