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피스 진단을 받은 날부터 나와 동생은 토리한테 지극정성이었다.
할 일은 2가지.
- 항바이러스제 가루약은 아침저녁으로 2회 먹이기
- 2시간마다 안약 넣기
가루약은 동생이 거의 담당했다. 츄르에 주니까 제일 잘 먹었다. 사료에 섞어주거나 다른 간식에 섞어주면 먹다가 말았다.
문제는 안약이었다.
고양이 발톱 한 번 깎아본 적 없다.
고양이 목욕은 더 시켜본 적 없다.
고양이 양치도 시켜본 적 없다.
싫다는 고양이를 억지로 잡아본 적도 없다.
놀자고 깨무는 것도 아파서 으악으악거리는데...
안약 넣기 난이도는 나에게 너무 높았다😭😭
싫다는 토리랑 40분 넘게 잡았다 놓쳤다를 반복했던 것 같다.
내 손을 쉽게 빠져나가는 토리는...
미끄덩거리는 게 꼭 갓 잡은 생선 같았다.
결국 잡는 건 포기했다.
약 넣는 것도 포기하고 싶었다😭😭
근데 안약 안 넣으면 계속 눈 아플 텐데
그럴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 물고 기회를 노렸다.
토리는 지도 힘들었는지 주방 테이블 아래 드러누웠다.
나는 그 앞에 쭈글쭈글 엎드려서 사정사정했다.
토리야, 한 번만 넣자.
이거 넣어야 돼. 안 넣으면 너 아파.
토리야, 한 번만.
...내 마음을 알아준 걸까?
눈 뜨고 있을 때 재빨리 넣었는데
어떻게 눈에 들어갔다.
허무하게 미션 컴플릿.
그런데
내가 지쳐서 소파에 널브러진 사이
토리가 뒷발로 눈을 긁었다.
눈이 따갑고 불편했겠지...
이해는 하는데
눈이 더 퉁퉁 부었다.
속상하게😰
이후로 뒷발로 긁지는 않아서
내버려 뒀는데
앞발로 고양이 세수를 열심히 하는 걸
또 포착.
자꾸 만지는 게 좋지는 않을 것 같아서
넥카라를 사왔다.
동생하고 계속 카톡하던 와중이라
동생이 인터넷 주문을 하긴 했는데
내가 마음이 급해서 따로 나가서 샀다.
맞는 사이즈가 가늠이 안 가서 저걸로 사 오긴 사 왔는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놈의 고양이는 진짜 생선이니?
아님 진짜 뼈가 없는 건가?
몸이 어떻게 생긴 거야 대체.
넥카라 끼우는 것도 한 10번은 실패하고
겨우겨우 끼웠는데
좀 끼고 있나 싶더니
결국 빼버렸다.
동생이 오기 전까지 안약 3번 넣고
와중에 넥카라 씌우기도 2번 해보고
동생집을 나설 때쯤엔
만신창이가 돼있었다😵😵😵
그 이후로 오전에 동생집으로 가서
오후에 귀가하는 등 살다시피 하면서 토리를 돌봤다.
아침에 가서 환기하고 바닥 청소도 깨끗하게 하고
신나게 놀아주고 중간중간 안약 넣는 것도 요령이 생겨서
처음보다는 수월하게 넣었다.
배가 보이게 뒤집어지는 자세를 정말 극혐해서
토리 허리랑 궁둥이 쪽을 두 다리로 고정하고
나랑 마주 보는 자세로 고정시켜서
눈을 벌리고 안약을 넣는 식이었다.
고양이 털이 방수가 되는지
눈에다 떨어뜨리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서
안약을 넣고 눈을 손으로 감겼다 뜨이는 작업(?)까지 해줬다.
수월해졌다고는 해도
매번 마음이 약해져서 힘든 건 매한가지였다...
그래도 토리에게 정말 고마운 게
어느 정도 자세가 잡히면 토리가 체념한 덕분에
수월해진 부분도 있었다.
싫어서 도망가면서도
하악질 한 번 안 하고 손톱 한 번 안 세우는 걸 보고
어쩌다 이렇게 예쁜 고양이를 만났지?😍😍😍
싶었다.
넥카라도 동생이 몇 번 시도를 했는데
아무리 조여도 쿠션으로 된 건 결국 빼버려서
플라스틱 넥카라를 한 2~3일 끼워놨던 것 같다.
밥 먹을 때, 화장실 갈 때 넥카라가
너무 방해돼서 결국에는 뺀 상태로 둘 때가 더 많았다.
일단 긁는 걸 막는 게 목표인데, 첫날을 제외하고
뒷발로 긁는 걸 본 적이 없어서 내버려 뒀다.
놀 때도 플라스틱 넥카라에 자꾸 걸려서
아파 보이고ㅠㅠㅠ
그렇게 일주일정도가 지나니까
정말 다행히 토리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수의사 선생님은 좀 더 길게 보셨었는데
정말정말 다행이었다.
동생말로는 물먹다 사레들렸는지 켁켁대는 것 빼고는
기침하는 것도 못 봤다고 했다.
지금 토리는 아주아주 건강하다.
물론 이후에 다른 한쪽눈이 묘하게 다 안 뜨이고
감기는 것 같아 보여서 나나 동생이나 잠깐 쫄았었는데
동생이 29일에 예방접종하러가서 문의해보니
나중에 문제 있어 보이면 검안 검사하자고 했다고 한다.
예방주사 맞으러 가기 전에
처음으로 동생이 토리가 토했다고 사진을 보내줘서
그것도 걱정이 많이 됐었는데
토는 급하게 빨리 먹으면 할 수도 있다고
자주 구토하면 다시 병원 방문하라고 했다.
지금은 아무 문제 없다.
건강하자, 토리야!
'고양이 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 15일 토리🧡 (0) | 2023.05.15 |
---|---|
[고양이 다이어트] 7kg 달성! 우리집 막내의 다이어트 기록 시작 (0) | 2023.03.27 |
메뚜기가 취향인 토리😁 허니허니 메뚜기 (1) | 2023.03.08 |
[고양이토리] 허피스 바이러스(1) (0) | 2022.11.01 |
[고양이토리] 첫만남 (0) | 2022.10.30 |